L'INSOLITO FATTO A MANO

어학원에 지각할 것 같아 슬리퍼를 끌면서 달려 나간다. 눈썹이 휘날리는 순간. 푸른색 유리 팔찌가 손에서 빠져나가 포물선을 그린다. 쨍하면서 바닥에 떨어진다. 당연히 깨졌을 거라고 생각하며 줍는다. 유리알이 몇개 깨졌지만 여전히 팔찌로서 유효하다. 색깔이 너무 예뻐서 샀는데. 다 깨져버렸을까봐 마음이 무거웠다. 베네시안 글래스. 아름답기만 한 줄 알았는데 강인하다.

팔찌는 피렌체에 사는 호주 사람이 만든 것이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가는 도중 우연히 발견한 매장. 들어가보니 의외로 맘에 드는 것들이 많고 가격이 비싸지 않다. 이것 저것 주워 들었다. 세트로 사서 할인도 받고. 돌아와서 책상에 올려놓고 조명 아래 쳐다보니 반짝 반짝. 기분마저 반짝거린다.

시간이 흘러 흘러 사진을 정리하다가 매장 사진을 발견했다. 당시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간판 사진을 찍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평범하지 않은 핸드메이드란 뜻. 손으로 뭔가 의미있고 아름다운 것들을 만드는 사람들 존경스럽다. 작년에 피렌체에 갔을 때 다시 매장에 방문하고 싶었다. 안타깝게 미처 시간을 내지 못했다. 아직까지 있다면 언젠가 다시 가서. 예쁜 것들로 한 움큼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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